안녕하세요 교수님 임형준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들려서 새로운 글을 읽어보곤 합니다. 정말 성의있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요즘 제 나름대로의 포토폴리오를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 1학년 때 접한 과제부터 3학년을 마친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정리하면서 그때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포토폴리오'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 같지만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작업한 것들을 1학년때부터 잘 보관은 하고 있지만, 지금 보면 정리가 너무 안 되있고 사진 위주라는 것이 약간은 후회가 됩니다. 막상 한 과제가 끝나면 결과물 위주로 사진만 찍고마는 제 게으름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제별로 다시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정리하려 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자료의 양도 많아지고 표현하는 방법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흔히 다른 사람들은 몇개의 작품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을 봤습니다.
어떤 방법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서 교수님의 '포토폴리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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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형준군...
우선 미안한 얘기지만 제목에 오류가 있네요. 이것에 따라 의미가 왜곡될 여지가 있구요. 많은 학생들이 '포토폴리오'라고 알고 있는데 '포트폴리오'가 맞습니다. 원어로는 'portfolio'구요. 아마 사진류를 많이 이용하니까 'photo'와 연관지어서 그렇게 와전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사진과 아무 관계없는 말입니다. 굳이 어원을 얘기하자면 '나르다'(port)와 '종이'(folio)의 합성어입니다. 아마 이탈리아어 쪽이 아닌가 싶네요. 내용과는 아무 관계없이 '종이로 된 서류철' 정도의 의미로 구성되어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특히 요즈음에는 바로 그 종이가 자기의 작업 내지는 생각을 담고있는 것이어서 원래의 뜻과는 좀 다르게 변질된 것이지요.
그럼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얘기한대로 정답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 다만 근본 목적은 분명합니다. '자기를 표현한다'입니다. 형식이나 규격은 어떻게 되어도 관계없겠지요. 대개 실기과목이 없는 분야의 졸업생들은 논문을 씁니다. 이 논문으로 자기의 대학생활을 평가받지요. 하지만 우리와 같이 실기가 위주인 분야는 졸업작품으로 대신하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는 걸 표현하지요. 중요한 건 '내가 뭘 했다'가 아니고 '내가 어떤 생각을 했다'가 중요합니다.
여태까지 많은 포트폴리오를 봐왔지요. 때로는 학생, 후배 혹은 입사를 원하는 지망생들....물론 수백개의 포트폴리오가 있었고 나름대로 특징이 있지만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뉘어 지더군요. 첫째, 일견해보고도 별 내용이 없어보이는 실망스러운 것, 둘째 뭔가는 있는 것 같아서 자꾸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게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설명이 필요없이 보기만해도 무슨 작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알 수 있는 것. 첫째의 경우는 정말로 내세울 것이 없거나, 있어도 표현에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라 볼 수 있구요, 둘째는 작업결과는 좋으나 효율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라 하겠고, 물론 마지막 경우가 제일 바람직하지요. 따라서 결과만을 나열한다든지 물량공세로 '난 부지런해'하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 수가 적더라도 '이 프로젝트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이었고, 나는 그것을 이렇게 고민해서 이런것을 제안했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지요. 다시말해 내용이 알차고 효율적이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요새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세련된 레이아웃 등에 많이 신경쓰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것은 내용이 알차고 난 다음의 문제입니다. 건축은 그래픽 디자인이 아니니까요. 혹시 컴퓨터 그래픽 회사에 지원할 경우라면 몰라도....또한 덧붙여 주의할 일은 사소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맞춤법, 영어의 경우는 스펠링 등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라도 오류가 있으면 전체적인 신뢰가 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까 건축작업 이외에도 흥미있는 분야나 특기 등을 표현해도 좋겠지요. 예를들면 사진, 그림, 컴퓨터 분야도 좋고, 심지어는 어느 곳을 여행했었다라는 사진이나 스케치 등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얘기한 걸로 미루어 결과만 남고 과정부분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부터라도 그 과정에서 고민했던 걸 개념도나 스케치, 모형 등을 다시 작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를 더 배웠네요.항상 글을 올릴때면 말 한마디라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실수라기보다는 몰랐던 것이지요. 어원까지 정확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됐습니다.
다음에 또 들리겠습니다.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