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답사에서의 마지막 코스인 부안 개암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했다가 해질녁이 되어서 미처 보지 못할까 급한 마음에, 차량출입금지 표지판을 애써 외면하고 차를 몰고 돌진하기로 했다.
선운사에서 뙤약볕에 고생했던 경험에 그렇기도 했지만, 사실 얼마 안되는 거리였다. 더구나 개암사는 동사면이어서 해는 산 반대편에 있고...
오르자마자 마주치는 일주문
'능가산개암사' 라는 현판이 걸려있고, 다른 산사에 비해 규모도 꽤 크고 현란하리만치 화려한 장식을 뽑내고 있다.
작은 돌다리가 있는 입구에 서면 자연석으로 포장된 진입로가 나타나고 그 정면에 요사체의 일부가 절의 존재를 인식케 한다.
'느끼게 하되, 보여주지 않는다' 는 원칙(?)에 투철한 introduction 인 것이다.
진입로가 속해 있는 작은 숲이 나름의 필터 역할을 하지만 내소사나 선운사의 그것과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이 오솔길을 좀더 들어서면 그때서야 개암사를 이루고 있는 건물군과 그공간을 짐작케하는 석축과 더불어 이 사찰을 품고있는 능가산의 영험한 바위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개암사에는 대부분의 사찰에 있는 천왕문이 없다.
다들 알겠지만, 종교적으로도 속세의 잡귀를 거르는 역할을 하지만, 건축적으로도 시각을 조이거나 전개되는 장면에 대한 사전 조절기의 기능을 하는 것이 천왕문의 존재인데, 개암사에서는 이 기다란 석축이 그 임무를 대신하고 있는 듯 하다.
처음 마주치면 계단 너머의 대웅전 지붕이 눈에 들어와서 그 존재를 알리게 되며, 석축기단의 특징에 의해 접근할수록 오히려 그 모습을 감추게 된다.
대웅전 대신 능가산의 기암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건 우연이 절대 아닐 듯 싶다.
석축의 계단을 올라서면 갑자기 눈에 개암사의 마당과 전체 사찰의 건축물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전개가 또 있을까?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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