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닦인 길에놓인 번쩍번쩍 화려하고 큰 입구.. 차가 지나다니는 일주문은 처음 인데다 이렇게 생긴 일주문도 처음이었다.
왠지 아직 들어가보지도 않은 개암사의 첫인상이 아주 안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들어가지 않고 찻길 오른쪽으로 다리가 놓여있다.
도로를 따라 흐르는 시냇물 위 불이교는 찻길에서 사람이 다니는 산길로 들어서는 입구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주문이 아닌 다리에서 휴먼스케일이 시작된다.
살짝 휘어진 길을 따라 돌아서면
높은 석축과 계단이 보이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물뒤로 영암이 보인다. 풍수적으로 저 산꼭대기 바위의 기운을 받는 혈자리일 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어쨌든 걸어가면서 살짝보이는 건물의 지붕과 바위, 계단이 축을 이룬다. 건물이 보이지 않아도 계단과 바위만으로 강력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산 전체를 아우르는 건축이다.
마치 저 바위를 향한 제단으로 올라가는것만 같다.
어떤 공간이 나올까.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과 다르게 대웅전이 바로 보인다.
그래서 다른 장치없이 저렇게 높고 극적인 석축과 계단을 지나게 했나보다.
뒷 산과 바위, 비율이 너무도 아름다운 건축물이 조화롭게 서있는 그림같은 풍경이 짠 하고 나타났다.
절은 아담하고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설 때 쯤 외부공간을 비롯한 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안마당을 지나 낮은 석축위에 대웅전과 양옆의 건물들이 배치된 작은 절이었지만그 아늑한 공간이 주는 느낌은 결코 작진 않았다.
낮은 산맥들이 절터를 두르고 있어 공간의 크기가 건축물로 한정되지 않고 확장되는것 같았다.
아마 입구로 들어오는 계단을 낮게 하고 대웅전이 있는 석축을 높게 했다면 외부공간이 크게 분리되어 지금처럼 절 자체가 한 공간으로 읽히진 않았을 것이다.
입구 계단에서의 긴장감과 시선의 방향. 산의 바위가 부여하는 대웅전의 상징성과 존재감. 짧은 거리지만 강한 축을 이루며 위계를 부여한다.
단순하지만 강렬했던 개암사였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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