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의 특징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 불교문파의 특징에 따라 배치 및 건축물의 구성이 달라지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찰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구성에 따른 종교적 Hierarchy. 그 상징성과 위계를 어떻게 공간으로 풀어내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답사는 그런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추측하여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그런만큼 전북 부안쪽의 사찰이라면 백제시대 건축물이려나,, 하는 막연한 추측과 시대적으로 사찰배치가 어떻더라,,하는 얄팍한 배경지식은 접어두고 시작하였다.
사찰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입구의 일주문이다. 기둥 두개로 이루어진 간단한 구조물이지만 전방의 길게 뻗은 키큰 전나무 숲길이 내소사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장치이다. 숲길의 끝에 일주문이 위치하는것과 숲길의 시작점에 일주문이 위치하는것은 길을 걷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아주 다르게 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 일주문은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어쩄든 한층 고요한 마음으로 슾길에 들어섰다.
전나무 숲길은 길고 높은 수직의 공간이다.
높은 열주가 늘어선 것만 같은 완만한 경사의 길은 고요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많은 사찰건축의 입구에는 흔히 물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속세의 때를 벗고 정화된 심심으로 불교의 공간으로 들어선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 숲길 또한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산림욕을 하니 심신이 깨끗해 질지도.
숲길의 끝이 보일 때 쯤 갈색 전나무기둥들 사이로 연두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넓은 잔디밭이었다.
숲길이 끝나면서 방향이 크게 꺾이는 길의 주위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본격적인 절의 담장안으로 들어가기전에 연못이나 비석, 부도전 등이 있는 넓은 외부공간이다.
이 사이에 나 있는 길은 양옆에 줄지어 있는 낮고 풍성한 무게감 있는 단풍나무들로 인해 안쪽으로 이어지는 집중도를 잃지 않을 뿐 아니라 , 넓고 낮은 공간을 형성해 길고 높았던 전나무 숲길보다 한 층 더 높은 위계를 가진다. 수목은 훌륭한 건축적 장치이다.
경사가 높은 지역은 그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공간적, 상징적 위계를 가지게 된다.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는 높이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완만한 곳이었지만, 높이 차이없이도 공간적 프로세스와 그 위계를 구성하는 방식이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드디어 계단을 올라 담장안으로_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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