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은 아무래도 지형적 여건의 영향이 지배적인듯하다. 기념비적 일주문을 지나 (물론 일주문전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선형적 산책공간이 있다) 개울을
따라 걸어가면 사찰의 경계로서 담이 나타난다. 지형이 평탄하므로 자연스러운 경계를 만드는데 무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따라서 담이라는 물리적 요소를 이용하였는데 이것은 경계를 짓는 요소로써 '막는다'는 개념보다는 사찰로 동선을 유도하는것을 도와주는 장치의 역할을 더불어 하고 있다.
사찰안으로 들어가기전의 축의 변화에 우리는 무언가를 짐작을 할수 있다. 기승전결의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다음 장면로 넘어가는 단계랄까?
진입구를 지나 병풍같이 펼처진 산을 등지고 앉혀진 사찰의 모습이 보인다. 내소사와는 상대적으로 식재의 가림이 너무 없고 덩그러니 오브제가 자리잡고 있으므로 공간의 성격을 구성하는 장치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전체적인 배치의 방향은 산세의 흐름과 같은 방향이며 사찰의 매스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열려있고 개방감을 준다. 그리고 그 배경은 당연히 배후의 산이 되는것이다.
가장 중요한 대상은 여느 전통사찰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번에 보여주지 않는다.
선운사에서는 이러한 필터의 역할을 하는것이 사진 위에 보이는 저 건물이고 시각적 개방감을 위해 백퍼센트 차단하지않고 보이드 공간으로서 대웅전에 대한 암시를 준다. 계획가의 입장에서 저 건물이 앉혀지는 위치를 정할때 중심 건물인 대웅전이 한번에 보이지 않도록 고민하지 않았을까.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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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신선들이 두는 바둑돌들 처럼, 물리적으로 완벽히 차단된 것이 아닌데 세력을 분배하고 사람의 인식에 영향을 주어 공간을 구별하게 하는, 아주 고차원의 건축도구인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