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이어 두번째로 올립니다. 학기가 한달정도밖에 남지 않은데다 중간중간 애기를 보느라고 첫번째 글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아랫글과 같은 배경을 가지고 저는 한가지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아랫글에서 제가 levitation(공중부양)이라는 단어를 택했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이 단어를 표현하는 이미지로 자기부상 열차를 선택했고, 그 중에서도 자석을 저의 모티브로 선택하여 자석을 이용한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장치라고 하면 무언가 복잡한 기계가 생각이 나지만 제가 만든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일단 원형자석을 130개 정도 준비했습니다. 이 원형자석은 각각의 편평한 면으로 N극과 S극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아크릴판을 자석의 두깨만큼 간격을 두고 고정시킨 다음 아크릴 판 양쪽과 아랫쪽을 막았습니다. 이것으로 아주 간단한 장치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용방법도 간단합니다. 저는 일단 제가 가진 원형자석들을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아크릴우물-속이 보이는 우물처럼 보입니다-속에 떨어뜨렸습니다. 첨부된 사진처럼 같은 방향을 향한 자석들은 서로 밀쳐내는 힘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떠 있게 됩니다. 물론 위쪽으로 갈수록 자석의 중량이 쌓이기 때문에 아래쪽의 자석들 간격이 윗쪽보다 작아지게 됩니다. 계속해서 이 방식으로 자석들을 집어넣으면 자석들은 균질한 패턴을 만들고 점점 성장(growth)해 나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석을 반대방향으로 향하게 집어넣으면 그 반대방향 자석에 주변의 자석들이 들러붙으며 새로운 모양들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반대방향의 자석으로 인해 주변의 자석들이 서로 들러 붙어서 하나의 덩어리로 되는 것을 일종의 붕괴(collapse)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왠고하니 일반적인 중력에 의한 붕괴를 포함해서 미시의 소립자의 세계에서의 붕괴라는 것은 결국 더 낮은 에너지 상태, 즉 더 안정된 상태로의 이행을 말한다고 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방향의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자석들은 서로 들러붙음으로 해서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로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후 자석의 방향을 무작위적으로 집어 넣으면 이 자석의 시스템은 성장과 붕괴를 무작위적으로 반복하면서 복잡하고 독특한 패턴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성장과 붕괴라는 상반된 상태-분명 상식의 선 안에서 성장과 붕괴는 상반된 상태이겠지요-가 공존할 수 있고 하나의 복잡한 패턴 혹은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장치를 통해 이러한 상반된 상태의 공존, 즉 역설적 상황의 조합이 예측하기 힘든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다음 작업은 이 장치에서 찾게 된 일종의 규칙(order)을 가지고 circulation이나 program 혹은 tectonic을 구성해내고 그것이 일반적인 그리드 시스템과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글을 통해 다음 작업에 대해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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