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2년 교수님 반 학생이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공부중이고 봄방학을 맞아 이번학기에 해오고 있는 스튜디오 작업을 정리해볼 겸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우선 이번 학기 스튜디오의 프로그램은 수녀원이었습니다. 교회나 성당이 아닌 수녀원이라는 특정 종교시설을 프로그램으로 잡은 교수의 의도가 바로 이번 학기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 많은 수도회중에 갈멜(Carmelite) 수도회라는 수도회가 있습니다. 성서에도 나오는 갈멜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죠. 이 수도회는 St. Theresa 라는 중세의 수녀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굉장히 은둔적이고 영적, 신비적인 체험과 신앙생활을 중시하는 규율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특징은 창시자인 성 테레사 수녀의 개인적인 체험과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이 수도회는 Carmelite Order 라 불리우는 규율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수도원 내부에서 외부인들은 수녀들을 볼 수 있는데 수녀들은 그 외부인을 볼 수 없는, 묘한 규칙들이 수도원 설계의 기본이 되었다고 합니다. 교수는 이러한 영적이고 신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중세의 수녀원, 중세 종교의 일부 특징들을 paradoxical 한 성격으로 선언하고 그 역설적이며 독특한 특성들 을 Extasy, Ex-Stasis, Levitation, Groundless, Alchemy 라는 다섯가지 단어로 표현을 하였고, 작업의 첫번째는 이러한 단어들에 대해 조사하고 각각 상응하는 이미지들을 찾아 발표한 다음 그 중 한 단어의 이미지를 선택하여 다시 그 이미지 혹은 이미지의 대상이 갖는 paradoxical한 특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첫 단계에서 교수가 제시한 paradox라는 단어가 이번 스튜디오에서 우리가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주제였습니다.
저는 자기부상 열차의 이미지를 찾았던 levitation (공중부양) 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고, 그 속에서도 자석을 저의 대상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저는 자석이 가진 paradoxical한 성격을 커다란 자석이 분리되고 그 분리된 자석이 계속 더 작은 부분으로 분리되고 무한히 반복되는 그림으로 설명했습니다. 즉, 자석은 N극과 S극의 서로 상반된 극과 극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자석을 N극과 S극의 정확히 가운데에서 쪼개면 N극과 S극의 자석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시 각각 N극과 S극을 가진 또 다른 완전한 자석이 됩니다. 이건 물론 초등학생 수준의 기본적인 자석의 성질일 수도 있겠지만, 반복되는 무한함을 자신 속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과 이 성질로부터 N극과 S극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magnetic monopole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물리학자들의 연구결과는 그 실제가 역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세계에 국한되기 때문에 배제했습니다-서로 정반대의 극-물론 정반대의 극이 서로 당기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정반대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두 극이 동시에 동일지점을 점유할 수 없기 때문에 전 반대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을 자신의 속에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paradoxical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저 나름대로 결론지었습니다.
두번째 단계는 자신이 선택한 대상을 가지고 game이나 toy, 혹은 instrument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는 이 단계를 제시하면서 game, toy, instrument 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했고, 우리들은 undetermined determinacy, unpredictability 등의 단어를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계속 단어들을 제시하고 선정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것이 올바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때때로 작업과정의 각 단계에서 위치를 고정해주는 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나 장난감 모두 각각 기본적인 규칙들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의 결과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식-일부 장난감은 그렇지 않겠지만-은 미리 예측하기 힘들고 미리 예측되어진다면 재미없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도출된 단어들로부터 game과 toy가 또한 paradoxical한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는-이 부분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두번째 단계는 각자가 선택한 paradoxical한 성질을 가진 대상물을 가지고 paradoxical한 특성을 띠는 어떤 system을 construct하라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두가지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하나는 장치(instrument)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nstrument에 있어서는 그것이 game과 toy처럼 본래 paradoxical한 system이라기 보다는 그러한 성격을 보여주는, game도 아니고 toy도 아닌 무언가를 통칭적으로 instrument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업은 또 연이어서 올리겠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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