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일년 중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이 시절에는 어떤 영화에서도 표현됐듯이 크리스챤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행복하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며,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멋진 시기인 것이다. 대충 기쁨에 충만해 있고, 무엇인지 기쁨과 환희를 기대하며 들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1년을 마무리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되짚어보기도 하고 (대개 성공부분만을 부각시키는 듯 보이지만, 시기적 분위기상 이해할 수 있다) 다가오는 새해의 부담스런 계획을 한 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으로 기대하게도 된다.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어렸을 때, 이맘때면 계속되는 의문 중의 하나는 왜 메리는 크리스마스랑 놀고, 해피는 새해랑 놀까?
그리고보니 둘다 개이름이다.....
어쨌든 요즘은 일종의 특수상황이라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듣게 되는 수많은 노래 중의 하나가 '루톨프 사슴코'다.
<루돌프 사슴코>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낀 성탄절날 산타 말하길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그후론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네
루돌프 사슴코는 길이 길이 기억되리
어린 시절, 그 가사의 길고 복잡함에서 다른 간단한 동요와는 수준차이(?)를 보이며 가사를 외우기 부담스럽게 느꼈던 기억도 난다.
가사는 외웠으나 기계적으로 따라 부르며 막연히 즐거워 했을 뿐, 그 내용을 되새기는 시키지 않는 짓을 하진 않았었는데, 요새 하도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그 내용에 대해서 엉뚱한 생각이 든다.
저 내용을 누가 지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하게 생각하면야 의례히 아동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이 보인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바보온달의 얘기일 수도 있고, 백설공주 내지는 미운오리새끼 등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자기의 단점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복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괄목상대를 이루는 것....
그러니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아라....이쯤 되지 않을까?
반대로는 좀 이상한 구석도 있다. 이것도 어릴 적 의문인데, 왜 다른 사슴들이 루돌프가 썰매를 끈다고 그를 사랑하게 됐을까?
루돌프는 엄청난 고생을 한것 같은데 말이다. 그 어마어마한 체중의 산타와, 전세계 착한 어린이에게 줄 엄청난 양의 선물을 지고 지구를 그 추운 겨울 하룻밤만에 완주해야 하는 지옥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을텐데....
아니면 안개낀 성탄절은 몇 번 안되니까 오히려 다른 사슴들보다 덜 끌게 되는건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저 사건 이후로 루돌프는 산타의 설매에 고정석을 확보한 듯 싶다.
코가 반짝인다고 놀림감이 됐는데 위로는 못해줄 망정 코때문에 그 고생을 시킨다....다른 사슴들은 그의 코만 길이길이 기억한댄다.
지금까지도 이상한 일이다. 산타가 도움을 주는 건지, 루돌프를 벌주는 상황인지 헷갈린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
산타가 일종의 절대 권력자라서, 그의 측근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사슴들의 로망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끔찍한 고생도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봉사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명예라는 것이 그 시대의 사슴들에게도 존재했었나보다.
그래도 여전히 황당하다.
그런데 곰곰히 뜯어보니 곳곳에 재미있는 교훈이 숨어있는 것도 같다.
물론 처음 지어낸 이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시점에서 보면 다른 사슴들은 아주 정상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코가 됐건 귀가 됐건 혹은 다리가 됐건 다 거기서 거기였던가보다. 그러니 특별히 산타의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반해 루돌프는 다른 사슴들과는 차별되는 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현저히 다른 사슴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슴들은 아무리 애써도 산타의 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사슴이 되지 못했으리라.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단점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인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뛰어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의 단점이라고 여겨졌던 부분을 장점화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루돌프처럼 말이다.
하긴 루돌프 스스로도 몰랐으나, 산타가 그걸 장점으로 찾아준 것이지만.....
그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사슴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다.
자기가 빨간코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혹은 알더라도 그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것이 더 근본적 문제이지 않을까? 만약 그러한 자기 성찰이 충분했다면 산타가 요청하기 훨씬 전부터 자기의 적임성을 주장하고 그 자리를 획득하지 않았을까? 훨씬 당당하게 말이다.
결국 루돌프는 그러한 성찰이 결핍돼 있었기에, 오로지 산타의 안목에 의해, 미운오리새끼가 어느날 갑자기 백조가 되는 행운을 나약하고 비굴하게 얻게 된 것이리라.
행복한 시기에 시간이 여유롭다보니 별 황당한 얘기도 한다싶다.
딱딱하고 심각한 얘기보다는 그냥 쉽게 즐겨보자고 한 얘기다.
좋은 시간들 보내고 좋은 계획도 세우고 그래도 한편 여유가 생긴다면,
혹시 한번쯤 자기의 빨간코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Happy Christmas to you all.....!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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