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ttle 의 Chilly Cha Cha를 골라봤습니다.
써늘함과 차차차가 묘한 조화로 들리네요.
<죽음의 등반>
대학때 있었던 일이다.
제법 건전하게 한다며 등반미팅을 주선했고 거기서 나는 준호라는 마음
에 꼭 드는 남학생을 만났다.
우리는 금방 서로의 마음을 차지했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게 되었다.
산에서 만난 때문인지 우리의 데이트장소는 늘 산이 되었고 자주 다니다
보니 어떤 등산팀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어느날 우리를 포함한 다섯쌍의 의기투합으로 다음 목적지를 설악산으로
결정했고, 3박 4일의 일정을 설악에서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 결정이 기억하기 조차 싫은 무섭고 끔찍한 경험이 될줄이야..
무사히, 설악등반을 마치고 마지막 날 밤의 일이었다.
마지막 밤이라는 여운과 함께 우리는 산장에서 조촐한 소주파티를 열었는데..
얼마나 떠들고 마셨을까, 누군가의 입에서 지금 암벽등반을 하면 어떻겠
냐는 제안이 나왔다
멀쩡한 정신이라면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겠지만 취기때문
이었는지 젊은 남자들 특유의 허세가 발동한 탓인지 네 사람의 남자가 자
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준호도 질세라 벌떡 일어
나 등산조끼를 챙겨 입었다
당연히 여자들은 말렸다. 이 늦은 밤중에 그렇게 술이 취한채로 어떻게
등반을 할려고 하니, 죽을려고 환장했니 등 아무리 말렸지만 한번 발동
한 남자들의 허세와 오기는 말릴수록 기세등등 해지고 처음 말을 꺼냈던
창백한 얼굴의 그 남자가 제일 먼저 나섰다
그리고,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산장에 남아있는 여자들은 걱정과 불
안으로 모두 공포에 질려 핏기하나 없는 얼굴로 마치 오래된 관에서 나
온 시체처럼 푸르스럼하기 까지 했다.
나는 도저히 더 기다릴 수가 없으니 구조를 요청하자고 여자들에게 말했
고 여자들도 더 이상 기다릴수 없다며 구조요청을 하자고 동의했다
그때였다, 바깥이 시끌벅적하더니 남자들이 돌아 온것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피투성이 였고, 팔꿈치며 허벅지, 가슴,어디 한군
데 온전한 데가 없었다
그런데 기가 막힐 일은 그들 일행속에 준호가 없는 것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여자들은 남자들을 다그쳤고 나는 너무 애가 타서 목소리
가 안나올 지경이었지만, 남자들은 그냥 묵묵부답이었다
여자들은 두려움과 걱정으로 대답하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 중 처음 등반
을 제안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 놀라지마. 준호는 죽었어 "
" 아냐 거짓말이야 그럴리가 없어 "
목젓이 튀어 나올만큼 소리를 질렀고, 그런 나의 발광에 그들은 간간히
뒷말을 이었다
" 믿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준호가 선두에서 실족을 하는 바람에....
다행이 우린 많이 올라가진 않은 상태에서 미끄러져 이렇게 살아 돌아왔
지만, 준호는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어..우리가 준호의 시체까지 확인
을 했다 "
" 아냐, 그럴리가..준호는 너희들중에서도 술을 제일 적게 마셨고 그리
고 산악부출신이야 아무리 밤이었다지만 너희들이 살아 돌아 왔는데 준호
가 미끄러져 죽을리가 없어 "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나는 그중에 제일 약해 보이는 남자의 멱살을
쥐고 악을 썼다
" 너 말이야. 넌 한번도 암벽을 타본적이 없다고 했잖아?
그런 너도 살아 돌아 왔는데..준호가..준호가.."
급기야 나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그 남자는 퀭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갑자기 닥친 너무나 끔찍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의 통곡은 전염병처럼 번져 다른 여자들도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짐승의 울음처럼 변한 내 통곡과 여자들의 울음소리는
깊은 밤의 산장을 음울하게 휘돌며 계곡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그때 였다. 얼핏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난것은.
제일 먼저 그 소리를 들은 한 여자가 고개를 창쪽으로 돌렸고 나는 창밖
에서 죽었다던 준호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말았다
" 준, 준호야!! "
내가 준호를 부르는 소리에 그제서야 다른 사람들도 창밖의 이상한 그림
자를 의식했고 모두들 기절초풍 할만큼 경악했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남자들도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창밖의 준호는 계속 무슨 말인가를 소리내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두려움보다는 반가움에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창가로 다가갔고 나는 떨리
는 목소리로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하냐고 외쳤다
나를 보고도 창밖에서 먕연히 서 있기만 한 준호를 부르며 문을 열려고
문손잡이를 막 비트는 순간, 누군가 나의 손목을 잡아 제지했고, 남자들
은 모두 외쳤다
" 가면 안돼. 저건 환상이야. 유령이란 말이야 ! 제발 정신차려! "
그러나 네명의 남자들의 억센 힘도 당할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잡아 당겼
고 나는 엄청난 힘으로 그 손들을 뿌리치며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내가 나오자마자 준호는 내손을 거세게 잡았고 미
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이유를 볼어 볼 새도 없었고 준호의 불가사의한 힘에 저항
할 수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첫사랑이기도 한 준호를 설사 유령이라 할지라도 영원
히 하겠다는 약속을 죽음으로라도 지키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동이 뿌옇게 터오는 새벽까지 산길을 미친듯이 내달렸고 그렇게 얼마를
뛰었을까, 서로의 얼굴을 새벽여명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즈음에 우리는
그대로 길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내가 준호의 상처 난 얼굴을 잡고 물었다
" 준호야 어떻게 된거야 ? 그 사람들이 넌 죽었다고 하던데.."
준호는 숨을 몰아쉬며 겨우 나오는 신음으로 말했다
" 아냐. 죽은 건 내가 아냐. 다 죽고 나 혼자만 살아 남았어! "
" 뭐라구? "
나는 그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다
날이 완전히 밝았을때, 준호와 나는 읍내 파출소로 내려가서 신고를 했
다. 경찰들이 출동했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산장에는 피투성이가 된
네 구의 여자들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준호가 추락지점이라고 말한 낭떠러지 밑에는 남자의 시체 네구
가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알수 없는 일은 그 네구의 시체중에서 제일 먼저 등반을
제안했던 그남자의 시신만은 마치 오래된 시신처럼 말라 있었고,
밤사이 짐승이 다녀갔는지 눈알이 뽑힌채 퀭한 구멍으로 하늘을 향해 있었다
소녀, 그이상의 성장이 정지되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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