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문회 카페를 갔다가 조금 기분이 나빠졌더랬다.
(난 지방 고등학교를 나왔으니까 그 동문회는 내 고등학교의 재경동문회다)
거의 모든 학교가 종강을 했으니 종강 동문회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글이 올라왔는데,
그 글에 대한 답으로 자기는 모대학 앞에서 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나의 홈그라운드라서...
라는 글이 두개 올라왔다.
동문회를 나가면(나간지 좀 오래되긴 했지만),
그런 것이 거슬리곤 했었다.
소위 좀 나은 대학을 간 녀석들은 무언가 의기양양하게 설쳐대고(안그런 애들도 있지만),
이를테면 인천이나 수원쯤의 대학을 다니는 애들이 동문회라고 서울로 왔는데, 그런 경우의 아이들은 어지간히 활발하지 않고서는 별다르게 말한마디 하지 않고 돌아가곤 했다.
같은 십대를 보내고 이십대 이후로 사람들이 가는 길은 천차만별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이상한 풍경에 꽤... 위화감을 느꼈었다.
단적인 사건으로...
물론 그놈이 더 유난 별 떡스럽게 그런 걸 밝히는 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2학년 때 신입생이라는 녀석이었다.
내 옆에 앉아서 나보고 어느 학교를 다니냐고 물어봤다. 홍대라고"만"했다. "아, 네..."하고 저쪽 분위기 좋은 곳으로 하하 호호 떠들러 몸을 돌렸다.
그러다 옆에 앉은 다른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전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때 건축학과라고 말했다(부끄럽지만..-.-;;).
그리고 그녀석의 말 "와, 우리 과보다 더 높은 과네."
그 녀석은 그렇게 무의식중에 계산을 하고 있었던 거다.
흔히 사회에서 그렇다..고 하듯 대학 서열에 따라 나보다 나은 사람 아닌 사람을 가리는 짓거리.
(참고로, "무의식중에 그랬어"란 말은 절대로 자기가 저지는 일에 대한 변명이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중에 저지를 만큼, 진짜 자기 생각에 의한 행동이고 말이기 때문이다!)
게시판의 글에서, 아무래도 저의 홈그라운드라서... 라는 말이 거슬렸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그렇게 말을 하는 당사자의 말투에서ㅡ 혹은 그렇게 말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은근한 자부심? 자부심이라니.. 너무 좋은 뉘앙스의 말이군.
과시욕이라고 하면 근접한 느낌이려나.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 때문에 그 무리에서 점점 멀어지는 나같은 사람이 분명히 있다.
물론 그런 애들에게 나같은 선배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아이들을 따로 만나서 밥을 사준다거나, 선배라고 거창하게 인생에 도움될 만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을테니까.
하지만,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후배라고 기억하고 있다면
하다못해 길 가다가 한번 더 뒤돌아보지 않을까? 그런건 필요없는 건가??
그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말 맘에 안들어..라고 생각하며,
우리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홈그라운드는 우리 고등학교다,
그런 투의 말 때문에 동문회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고(만) 썼다.
그랬더니, 홈그라운드 운운했던 후배가,
장난식으로 한 말에 너무 과민한 것 아니냐고 하더군.
난, 그런 것에는 더 과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럴 때가 있고,
내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차라리 서울대가 아닌 것이 억울했었으니까.
내가 그러는 것도 싫고(심지어 부끄럽기도 하다ㅠ.ㅠ), 남들이 그러는 것도 싫다.
그러면서, 세상엔 오해가 넘쳐나서 감당할 수가 없다는 둥의, 같지도 않은 연약한 척을!!!!
하여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예민하면 안되는 건가?
겉으로 대범한척, 속으로 재고 따지면, 그게 오히려 나은건가?
이래서 동문회가 싫다니까...
특히 재경동문회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RE]벽을 넘으려고 하지 않는...
사실 입학성적이 얼마만큼 높은데를 다니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자세라고 봐요...
오히려 일류냐 이류냐를 가르는 것은 그런 자세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인 것 같군요.
'나는 일류대학들어왔으니까..' 하는 자만심과,
'나는 삼류대학 다니니까...' 하는 자괴심이 대학생활을 망쳐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이른바 삼류대학에도 훌륭한 시설이나 훌륭한 교수님들이 계신 학교도 많던데, 그런 환경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면 좋은 학업을 할 수 있는데...이런 마음들이 그런 격차를 더 굳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일류대학이란 만들면서부터 간판에 박혀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배출된 학생들의 활동에 따라 세월과 함께 굳어지는 것이지요.
이번 월드컵 때 좋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강팀이라고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승리하는 팀이 강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