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향각 입구를 통해서 본 원통보전 진입과정
사진에서 보이듯 메인축의 방향은 유지하되 계단이 중심축 대칭에서 계속 어긋나 있다.
심지어는 원통보전 입구에 들어서서도 정면의 탑의 위치와 원통보전 접근로도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건축을 얘기할 때, 그 구조적 특성때문에 대칭성과 직각구조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런 생각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조형세계를 구사하고 있는 증거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윗 사진은 너무도 많이 발견되는 이른바 픽쳐후레임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것도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건물의 크기 및 배치와, 레벨의 설정 등을 고려한 치밀한 연출로 구사된 것이다.
저 첫번째 석축의 높이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시야의 높이(약 1.5미터)로 이루어진 것도 우연일 수 없으며,
더 높지도 낮지도 않게 원통보전의 영역이 사뿐히 내려앉아 있는 듯 보이게 한다.
고건축 답사를 다니다 보니 윗글에서와 같은 이유로 각 건물의 앞마당의 크기와 건축물 내지는 석축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고건축에서의 앞마당 공간은 서양건축에서의 그것처럼 기능을 위한 공간확보의 개념이 아니라 주공간으로의 여정에서, 그 대상을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하는 매우 중요한 건축적 인식장치로서 역할한다.
원통보전의 담장은 매우 특이하다.
우리 고건축에서 담장의 역할은 매우 다양하지만, 단순 영역성의 표현 뿐 아니라 시야를 조여주고 때로는 조절하는 기능이 더욱 절묘하게 사용된다. 원통보전마당으로 진입해서 보면, 그 높이는 시선보다 약간 높아서, 주변의 상황은 모두 가려지고 주로 하늘과 원경의 수목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사찰 내부에서 거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에, 만약 열려있다면 주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까닭은, 원통보전이 가지고 있는 그 신성성을 더욱 강조하고 원통보전 자체에 더 집중케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유추해볼 수 있겠다.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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