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문은 종교적으로 필터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공간적으로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흡사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가 그렇듯 앞으로 경험하게 되는 공간의 흐름에 집중하게 하는 공간적 조리개인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종교적으로나 공간적으로도, 항상 우회로를 둠으로써 필연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느슨한 필터이다.
사천왕문을 지나자마자 바로 앞에 빈일루를 만나게 된다.
빈일루란 해를 맞이하는 누각이란 뜻인데, 그 이름처럼 뒷편의 건물보다 뛰어나와서 맞이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런 형태 덕택에 사천왕문 뒷편 마당의 가운데 자리잡아 공간을 양분하고 있는데 그 공간을 나누는 것 자체의 의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확연한 방향성 때문에
방문객으로 하여금, 주변의 어정쩡한 공간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낮은 누각의 하부를 따라 전진하게끔 한다.
이런한 성격은 이 빈일루가 없었을 때를 상상해보면 가늠할 수 있겠다.
이 누각이 없었다면 사천왕문을 들어섰을때의 지향점이 가로로 늘어선 응향각의 회랑에 묻혀 상당 부분 약화되었을 것이리라.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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