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어제부터 무척이나 바쁜 하루였습니다. 물론 과 M.T의 후유증을 극복하기도 어려웠고 18일의 설계수업에 대한 부담도 있었기에 나름것 밤잠을 설치며 무언가 만들고 있었지요. 한 쪽에는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전화가 켜져있는 상태로 놓여있었고 가끔씩 들어보면 그녀의 잠에든 숨소리가 들렸구요(아 어제까진 커플요금이라 세벽엔 무료거든요..ㅋㅋ).
'여자친구가 내일이면 머나먼 이국땅으로 공부를 하러 간다고 하는데 난 내일의 시간을 위해서 옹졸하게 뭘 찾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반면에 또 이러한 생각없이 설계에만 몰두하고 있는 저 자신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친구랑 대학 1년에 만나서 지금껏 군시절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왔거든요. 그래서 멀리 공부하러 간다고 할 때도 선뜻 빨리 가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가지말라는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었구요. 그렇게 무감적으로 설계작업을 하다보니 친구가 떠나는 시간이 되더군요. 막상 그 시간이 몇시간씩 좁혀져 다가와도 거의 의무감으로 설계 수업시간에 공항으로 갔구요. 친구도 '어 수업은 어떻하고 왔어! 수업 잘 들어야지' 하더군요.
뭐 매일 보던 사람이라 거의 집앞에서 해어지다 시피하고 그녀를 보내고 뒤돌아 서고 자취방으로 와서 또 다음날의 설계를 준비하는데 왜 그렇게 아쉬운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컴과 CD에 모아둔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모아두고 자취방에 있는 친구의 몇가지 책자와 노트들으 정리해서 한곳에 쌓아두면서 지금까지 이상하게 답답하던 것들이 조금씩 마음을 흔들어 놓더군요. 저는 평소에 참으로 무덤덤하게 사람과의 만남과 해어짐을 접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나봐요. 친구와의 잠시된 이별을 접하면서 그 동안 의지했던 적지않은 사람들과의 이별도 다시금 생각나게 하고 연락을 하지 못하고 지냈던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하게 만들더군요.
좀전에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라고... 매일 격려해주고 싸우고 하던 친구가 멀리 가버린 지금 남겨진 저는 또다른 출발점에 서있다고 하네요. 자신이 곁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설계의 맛을 느껴보라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눈가가 촉촉히 젖어 버리는 군요. 친구의 기대에 부흥해서라도 열심히 작업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곁에 있던 친구가 멀리 떨어진 지금 공간이나 시간이나 흐름 등에 관해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느끼던 것을 실례로 느낄 수 있어 또 많은 상상이 시작되네요. ㅎㅎ
음 친구들과 후배들과 몇잔의 술을 걸치고 저에게 중요한 전화를 받고 난 다음의 심난하고도 기쁜 마음을 적어 보았는데 괜히 여러분의 눈을 피곤하게 한 것은 아닌지 죄송스럽고 민망하기도 하군요. ㅋㅋ
뭐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몇가지를 항상 접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헙이 될 것 같군요. 여러분도 한번 자신에게서 중요한 것들을 감추고 멀리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음 인생에 있어서 건축에 있어서 감정에 있어서 자신이 모르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4차원적인 상황에 놓인 지금의 현실(같은 지구에서 연결된 흐름 속에서 다른 문화와 다른 시간을 사는 친구와 저)에서 저는 건축적으로나 인생적으로나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쁨을 느낍니다. 뭐 간혹 느낀 것들을 여기에 올려볼까도 생각하네요.
그럼 잡다하고 지루한 글은 여기서 그만 마치도록하지요. 글을 읽느라 피로해진 눈들을 그만 쉬게 하시고 모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꾸벅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음...여자친구가 갔는데 기쁜 마음이라.....알것 같기도하고..모를것 같기도하고....비슷한 혼란을 주던 일...종강파티하면서 그리도 즐거워하는 학생들...그럴거면 개강파티는 왜했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