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조금, 조금, 좀 많이 소심한 사람이다.
사는 데에 큰 지장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얌전하고 여자답다느니 뭐.. 등등 한 사람인줄 아는 경우도 왕왕있었더랬다.(세상에.. 하지만 사실이야^^)
그 소심함과 관련한 웃기지 않은 옛날 일.
작년에, 친구랑, 저녁을 먹으러 학교앞 모처에 갔다.
주문을 하고 나온 음식을,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주제는 역시 남 걱정하기...흐흐) 평범한 속도로 아구아구 먹고있었다.
그러다가 화제가 교수님들에 대한 것으로 옮아갔다.
불쌍하다느니, 귀엽다느니(?), 뜯어 볼수록 어떻다느니, 숙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느니 등등한 얘기를 하는데...
그 곳에 P교수님이 일행 세명과 저녁을 드시러 나타난 것이었다!
당연히 아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친구를 붙잡고 아는 척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당연히?)아는 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또 언제 아는 척을 해야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가 생각한 아는 척할 타이밍은, 처음 들어왔을 때나 내가 다 먹고 나갈 때나 둘중에 한 때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내가 그 고민을 하는 사이에 저쪽, P교수님 테이블엔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고,
어떻게 밥 먹는데(^^;;) 아는 척을 하냐, 편하게 먹게 두고 나갈 때 아는 척 하자고 친구와 합의를 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친구에게 든든한 서포트를 부탁했다(내가 평범했더라면 사실 필요없는 서포트..-ㅅ-;;).
그런데, 그 이전까지 아구아구 잘도 먹던 속도가 뚜욱 떨어져버린 것이다.
한 절반 정도로.
내가 힘겹게 밥을 먹는 사이에 P교수와 일행들은 다 먹고 가게 문을 나섰다.
그 때까지도 열심히 밥을 먹던 나와 이미 다 먹고 나를 기다리던 친구는 벙~찔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는 척하기는 물건너 갔고..
그 때엔 소심함을 저주하며 남은 밥을 먹었었는데...
다시 일년이 지나서... 요즘 얼마 전에, 그 모처에 밥을 먹으러 갔었다.
문제의 P교수님과 또 다른 분들...과 함께.
그래서 옛날 일이 생각나서 그냥, 혼자 피식하고 웃었다는,
내 소심함과 관련한 나만 웃긴 옛날 기억.
이 글을 읽으면서 글이 아니라 만화를 보는 듯한.....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