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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보세요.
저는 지금 병원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답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왼쪽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답니다. 뼈를 약간 다쳤지만 한 석 달 후에는 크게 절지 않고 걸을 수 있을 거래요. 그렇지만 학교는 한 학기 정도 휴학해야 될 것 같아요. 사실 제 맘에 걸리는 것은 오른쪽 볼에 생긴 흉터예요. 외과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요즘 성형수술 기술이 좋아져서 수술을 서너 번하면 감쪽같을 것이지만 돈이 상당히 많이 들 거래요. 오른손은 생각보다 많이 데여서 엉덩이 살을 조금 떼다가 붙였으니 그렇게 보기 흉하지는 않을 거구요.
아 참, 제가 머리에 타박상을 받고 나니 설명을 차분히 해드리지 못했군요. 사실지난주에 제 자취방에 불이 났거든요. 방문 쪽으로 불이 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창문을 열고 삼층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다리가 부러지고 유리 조각에 볼이 찢긴 것이지요. 불은 저랑 함께 사는 친구가 침대 위에서 술 취한 상태에서 줄담배를 피우다가 사고를 냈지요. 헌데 왜 그 이가 아직까지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과가 없는 줄 알고 있는데... 그이는 자기 아버지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와서 임시로 제 숙소에 묶고 있어요. 자기 아버지가 자기 옛 예인하고 재혼하는 바람에 같은 지붕 아래 살기가 거북하더래요. 저는 그런 정의로운 그이가 믿음직스러워요.
지금 막 산부인과 의사가 다녀갔는데 제 뱃속에 든 아이도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이제 막 임신 삼 개월인데 아주 튼튼한 아이로 태어날 것이 틀림없어요. 참말로 제 정신이 없군요. 제가 임신한 줄 모르고 계셨죠. 걱정 마세요. 애 아빠는 분명히 경찰서에서 곧 나오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이는 생활력이 강해서 우린 잘 살거예요.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 못했지만 얼마나 똑똑한지... 아빠가 척 보시면 아실 거예요.
엄마, 아빠. 놀라지 마세요. 위에 쓰인 글은 픽션이에요. 설마 우리 엄마, 아빠의 딸이 그런 엄청난 짓을 했을까봐요. 저는 지금 무척 건강하고 건전하고 즐거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근데 이실직고하자면 제가 지난 학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D학점 하나에 C학점 세 개를 받았어요. 그래도 제가 늘 좋아하던 인류학 개론만은 A를 맞아 학사 경고장은 모면했어요.
엄마, 아빠. 절 용서해 주시겠죠? 다음 학기에는 공부도 열심히 해서 훨씬 좋은 성적을 받도록 할께요. 아 참. 이번 달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다음 달 치를 미리 부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딸 드림
[위 편지를 받아본 부모님은 딸에게 다음 달 용돈을 곱배기로 보냈다나요...]
소녀, 그이상의 성장이 정지되버린..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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