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이군요. 나름대로 보람있게 보냈으면 좋은 일이겠지요.
이제 닥치는 3학년, 4학년, 취업, 사회생활....이런 일련의 일들로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뭐 다래양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래란 놈은 알 수 없는 존재이기때문에 더욱 더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는 않을까요? 속편한 소립니까? 하하...

이 게시판 첫머리 어디에선가 좀 멀리 보는 사람이 되자 했습니다. 당장 내일, 다음 학기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먼 뒷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계획이 있다면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계획 아래에서 학교를 휴학을 하든, 자퇴를 하든 스스로에게 용납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전 요새 이상한 의혹을 듣습니다. '어째 박선생이 가르친 학생들은 다 휴학을 한다고 난리냐? 휴학을 종용하는 것 아니냐?' 농담삼아 하는 얘기겠지만, 뜨끔하더군요. 은연 중에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았는지...뭐 그런 일은 없던 것 같은데...
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기로 했습니다. 면담해본 학생들은 없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구나' 혹은 '큰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했구나' 라고 말이지요. 아..또 휴학 안한 학생들이 계획없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말기를...
그나저나 제 입장에서도 가급적이면 같은 학생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라면 학기초에 또 시행착오를 새로 겪어야 될테니까요. 쉬엄쉬엄 학점만 따내면 되는 학문과 달리, 어느 정도는 일관성 있게 기간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건축이라는 학문의 특성이니까 무조건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휴학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만 얘기할 수는 없겠지요.

어느 학교에 특강을 갔더랬습니다. 끝나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 어느 학생이
'졸업하기 전에 캐드를 배우면 취업이 잘되나요? 어떤 준비를 하고 졸업해야 될까요?' 라고 묻더군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몇 살이지요?'

'25인데요...'

'몇 살까지 살거지요?'

'에? 수명이 허락한다면 80까지요...'

'그럼 앞으로 몇 년 남았지요?'

'에?...음...' (갑자기 산수가 잘 안됐나봅니다)
(옆의 학생이 참다못해)'55년이요'

'그럼 건축 몇 년 했지요?'

'(자신있게)4년이요'

'거짓말...1학년때 교양과목만 들었지요? 방학때 건축공부만 했어요? 매일 학교강의 나오나요? 토요일, 일요일은? 그러고 나면 실제로는 1년도 될까말까인데.....'

'......'

'이제 사회로 나가면 학교 생활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도면 그리는 법, 법규검토, 재료, 디테일, 시공방법 등등 학교에서 하던 컨셉이니 무슨 주의니...하는 것들은 신경도 못쓰고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야근, 철야를 밥먹듯이 하고, 방학도 없습니다. 그럴싸한 책 한권 변변히 읽을 틈도 없습니다. 대학생활에서 얻어야되는 것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확실히 얻어야 된다고 봅니다. 이제 1년을 공부해보고 바로 코앞의 일을 걱정해서 이 중요한 학교 생활을 버릴건가요? 캐드 배우면 당연히 취직 잘 됩니다. 단, 창의적인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캐드로 도면 죽이는 머슴으로 말이지요. 본인의 장래 상황에 대한 결정에 따라서 시간 투자를 해야겠지요. 캐드 기능공이 되겠다면 그 길도 말릴 수는 없겠지요. 자신의 대학 생활 목표가 뭡니까? 취직입니까? 미래입니까?'

'........'

답은 못들었지만 즉석에서 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