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 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네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옛날에는 이 시를 거의 외우다시피 할때가 있었는데, 뭐가 그리 좋았는지...
박인희의 낭송으로 더욱 유명했던 시...다 아시지요?
감수성이 예민했을 무렵, 전혜린을 흠모하던 나이에 더불어 좋아했던 시입니다.
지금 일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는 중에 문득 생각나서 적습니다.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RE]놀랍군요..
교수님은...
문학 소년이셨군요...(퍽..)
윽..
아니지.. 문학 청년이셨군요...(-그게 아니잖아.. 퍼퍼퍽..)
하하... 죄송..
장난입니다.
감성이라고는 저기 날아가는 새의 머리 속에 든 것보다
적은 저이지만..(鳥頭???..이것도 아닌데..-_- 흠..역시 표현력 부족이랄까요..)
남들 曰, '메마른 감성의 냉혈漢-(난 남자 아닌데..)' 이랍디다..
하지만...
엄밀히 생각하면 조금은 맞는지도..(어떤 점에서???..맨 뒤의 것은 아닙니다.-_-;;)
시는... 학교 때 배운 것 말고 따로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도 학교 때는 열심히 했지요..
배워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더군요.
위에 써 놓으신 시도 그 때 보았고요..
주입식 교육 덕분에 얻은 잇점이라면 잇점일까요.
그것을 보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찾아 본 기억이 \'가물가물\'..(어이어이..)
중년 여성의 우울증이 그렇게 미화된 케이스는 이것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은 아침 드라마의 통속적 주제로 딱..
'그녀의 외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라는 式으로요.. 퍼퍼퍼퍼퍼퍽....-_-헉..)
제 경우, 기억나고 외울 수는 있는 시는 딱 한 개 군요.
'동창이 밝았다,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직 일었느냐,
제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네..
보시다시피 무슨 새마을 운동 구호에 가까운 근면을 권장하는 시..
그나저나 왜 기억에 남았는지 조차 의문이군요..하아..-_-;;
유치하고 게으른 저의 수준을 일깨우는데 딱! 맞는 시..
각설하여 반성해야 겠군요.
하지만.. 가끔은 이런 바보 전개도 용서해 주시길..
역시 '인생은 즐거이~!'(이렇게 쓰기는 했지만,
남들은 제가 다 재미없게 산다고 합니다..왜 일까요??
제 자신은 나름껏 즐거운데..)입니다요..
그럼 오늘 하루도 즐거이 지내기를 부디 기원하며 이만~!
[RE]이야....
이야,.. 교수님 넘 멋지신걸요
교수님께 이렇게 낭만적인 면이 있을줄,,,이야....
저두 좋아하는 시가 있는데 (아주 몇개 ) 외우지는 못해요
그냥 그 시를 읽을때마다의 감정 분위기가 달라서 그것이 좋고 ,즐깁니다.
근데 정말 좋아 하는 시한편 외워서 누군가를 기다릴때, 무료할때 그 시를 읊고 있으면 좋겠는걸요...(물론 속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