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학교의 여러 학생들의 과제를 올려줘서 잘 보았습니다. 하나하나가 여러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배어있는 것이라서 나름대로는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보고 평가를 했습니다. 그만큼 더 힘들더군요. 매 학기마다 겪는 일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학기는 평가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어느 학기의 학생들보다도 훨씬 더한 여러분들의 의욕과 열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명 한명 생각해보면 누구도 밉지않은 소중한 학생들이고 제자들입니다만 평가는 공정히 해야되겠기에 생각만큼, 기대했던 것 만큼 나오지않는 학점에 한숨을 쉬는 학생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기운 빠져할 일은 또 아닌것 같습니다. 학점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학점은 그 학기의 결과를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그 사람을 모두 나타낸다고 전혀 볼 수 없습니다. 전에 어느 학생의 답글에도 인용한 이야기지만 새삼스레 써보면, 제 동기 중에 노력은 엄청나게 하는데 생각만큼 학점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저도 그 친구를 그냥 성실하기만한 학생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지요. 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각자가 나름대로 지내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되었지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친구에게 이런점이, 이런 능력이 있었다니...' 그야말로 제 동기들 중에 최고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불행히도 그 친구는 자기 명을 다하지 못하고 먼저 갔습니다만, 그러기에 더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얘기의 촛점이 약간 빗나갔는데...결국 학점이 잘 안나왔다고 건축에 재주가 없다고 여기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학점이 A+ 라고해서 건축의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겁니다. 거의 가수나 영화배우와 비슷한 상황일것 같군요. 유명가수라고 해서 발표하는 곡마다 모두 힛트하지않습니다. 영화배우도 마찬가지구요. 다만 능력과 노력을 갗추게되면 그 확률이 높아질 따름이겠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그 확률을 높이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번이 실망스러웠다면 학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이 좋은 학점을 받지 목하게 했을까...라고 반문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숙한 학생의 상태에서 차원을 뛰어넘는 계기가 꼭 찿아오게 됩니다. 그 계기란 수업일 수도 있고, 선배들이나 여행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는 것 같군요. 그 시기도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초기부터 소위 '감'을 잡아서 학생때 발군의 능력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앞서 얘기한 제 동기처럼 뒤늦게 그 빛을 내는 사람도 있지요. 중요한 건 그 계기가 왔을 때 자기의 모든 능력과 촉각을 곤두 세워서 최선을 다해 받아들이는 겁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건축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다면 스스로를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을 갗추고 있는 것이므로 아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모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멀리 봅시다.
한 학기동안 여러분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답사도 여러번 가던 중에 많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구요.
다음에도 이어질 인연을 기대하며....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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