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적당한 크기의 원을 그리자.
원을 따라 철망을 세우고, 세 마리의 뱀을 집어넣자.
먹을 걸 주지 말자.
먹을 게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지붕을 만들자.
다른 누가 땅 구멍을 파지 못하도록 하자.
닫자.
기다리자, 뱀이 서로 먹을 마음이 나도록.
한 마리가 배가 고파진다.
돌아보면 먹을 것이라곤 같은 뱀밖에 없다.
뱀은 알고 있다.
최우의 일각까지는 동족을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리고 또 안다.
다른 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런데 배고픔은 이런 도덕률에 들어있지 않은 사항이다.
뱀들은 배고프다.
최후의 일각이 천천히 다가온다.
차마 자신을 닮은 얼굴부터 먹을 수는 없다.
다른 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꼬리부터 먹기로 한다.
한 마리가 다른 뱀의 꼬리를 먹기 사직한다.
꼬리가 남의 입에 들어간 뱀은 다른 뱀의 꼬리를 문다.
그 뱀은 애초에 남을 먹기 사직한 괘씸한 동족의 꼬리를 문다.
그들의 작은 이는 목구멍 쪽으로 굽어 있어 한 번 삼키기 시작한 먹이는 뱉을 수가 없다.
다른 뱀을 먹는 기쁨과 다른 뱀에게 먹히는 고통으로 뱀의 꼬리는 전율한다.
마치 춤추는 화살처럼 서로 빨려든다.
먹는다고 금방 소화되는 건 아니다.
또 씹는 법도 없으니 남의 뱃속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아직 멀쩡한 꼬리이며 몸통이다.
뱀들은 숨이 차도록 서로를 먹는다.
찢어져라 입을 멀리고.
드디어 몸통을 먹는다.
평소의 두 배 굵기가 되는 그것을.
뱀이 그리는 원은 점점 두꺼워지고 지름은 짧아진다.
목까지찼다.
몹시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처럼 뚱뚱해진 목이다.
뱀은 생각한다.
이제 배고프지 않다.
그만 먹을수 없을까.
내가 마저 먹어 치운다면 나 역시 먹힐 것이다.
나를 먹은 그 녀석도 먹힐 것이다.
누구에게? 아무튼 멈출 수가 없다.
저 철망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지붕은, 또 이 흙은.
나의 생은 행복했는가.
그런 때가 있었는가.
그러면서 먹는다.
먹힌다.
철망을 친 사람에게, 구경꾼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려 한다.
문득 사라지는 것이다.
세마리의 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