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여행 사진들을 봤지요?
내 경우를 얘기하면 이랬습니다.
제일 먼저 로마에 도착해서 피렌체, 시에나는 저와 와이프 둘이 다녔습니다.
당연히 길도 물어물어 찿아다녔고, 숙박도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그냥 찿아다녀서 구했습니다.
교통편도 거의 걸어다니고 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밀라노에 있는 후배를 찿아가서 밀라노와 코모, 베로나, 비첸차, 베니스까지 다녀왔습니다. 그 후배가 차가 있어서 편하게, 많이도 보고 다녔지요.

그리고 나서는 또 다시 불안한 둘만의 여행이 이어졌습니다.
바르셀로나, 파리, 프랑크푸르트, 쾰른, 아아헨, 묀센그라드바흐...
항상 불안하지요. 오늘은 어디서 자야되나, 뭘 먹나...짐도 트렁크 세개씩 질질 끌고 다니고...고생이었지요.

하지만 여행 후에 생각을 해보니 분명히 사진은 남아있는데 밀라노나 코모 등 차를 타고 다닌 곳은 기억이 나질 않는 겁니다. 물론 건물은 기억이 나지만 그 거리, 그 도시가 어땠다는 기억은 도대체 남아있질 않더군요. 하지만 방구하려고, 어디를 가려고 물어물어 헤메고 다녔던 로마, 바르셀로나는 몇일 안되었지만 굳이 사진을 꺼내보지 않더라도 뒷골목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더군요.

바르셀로나에서 영어를 못해 말이 안통하면서도 뭐든지 해주고 싶어하던 여관집 아줌마...로마에서 우리 와이프한테 로마남자들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척하며 접근하던 녀석...시에나 여관집 아저씨는 웃으며 얘기했다가 갑자기 화를 벌컥 내서 황당했던 일...공원에서 길을 물어봤더니 가르쳐주겠다면서 그 큰 공원을 가로질러 우릴 안내해주고 자기는 또 다시 되돌아가던 이태리 여자의 친절함....모든 것이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결론.....

관광을 가면 안전하게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가면 불안하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광을 가면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가면 도시를 볼 수 있습니다.

관광을 가면 가이드의 말을 듣습니다.
여행을 가면 현지인의 말을 듣습니다.

관광을 가면 한국음식을 먹습니다.
여행을 가면 현지음식을 먹습니다.

관광을 가면 상인들을 만납니다.
여행을 가면 친구들을 만납니다.

관광을 가면 사진이 남습니다.
여행을 가면 추억이 남습니다.

그러면...
관광을 가겠습니까?
여행을 가겠습니까.....

ps 사무실은 언제든지 와도 좋아요. 단 미리 전화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