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봐야 돼요?'
이 답사를 진행하게 된 한 마디의 질문이었다.
'전통계승'
건축공부를 시작한 이후부터 오랜 세월동안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고,
늘 한 구석에 우리를 압박해왔던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숙제였다.
여러 방면으로 우리의 문화가 세계속에서 인정받고 주목받기 시작한 요즈음에,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우리 고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우리 고건축을 소개하는 서적과 건축작업도 점점 활기를 띠어가는 양상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내 마음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다.
우리의 고건축의 안내가 단지 처마선이나 문양이나, 중정 등의 공간까지 포함해서 단지 결과로 드러난
물리적인 외형의 아름다움의 소개 정도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선조들의 이뤄냄은,
그런 표피적인 결과 너머에 있는 훨씬 고차원적인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며,
바로 그런 정신적인 측면을 읽어내고 이해하려 애써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하에, 수없이 가보았던 그곳들을 다시 찾기로 마음 먹었다.
해당 고건축의 유래, 역사, 전설, 구법, 풍수, 문양 등은 사실 관심도 없으려니와
혹시 접하는 것도 의도적으로 외면하기로 했다.
건축역사가나 문화재관리국 직원의 입장이 아닌,
순수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보고
선조들의 숨은 건축적 의도와 고민을 읽어내고 이해하려는 시각에 방해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가 된다면, 그것을 이 시대에 맞는 건축으로서 소화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우리 전통의 계승이 되지 않겠나 한다.
그래서 그런 요소들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혹시 등장하는 언급이 있다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순간적인 호기심에서 일 것이며,
이 답사의 근본 취지는 아닐 것임을 미리 밝힌다.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 한다.
현대에 살며 옛 그릇에 우리의 생활을 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퇴행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옛것의 아름다움은 그전 우리가 보존하고 지키며, 그것대로 소개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답사는 개방되어 있다.
몇몇 옛 제자들이 뜻을 같이하겠다고 나서주었으나
반드시 나에게 배운 제자가 아니더라도,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답사스케줄의 사전정보는 inside the matrix > 이벤트 게시판에 공지할 예정이다.
박태홍은 이 사이트를 2001년 부터 운영해온 운영자이며,
또한 건축가이자 교육자로서,
현재 건축연구소.유토를 운영하고 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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