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미완적인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종로의 도시화는 무계획적으로 매우 스피디하게 성장함으로서 필연적으로 미완적인 문화현상을 만들어 왔고 그러한 속도감과 대비되어 조계사의 공간은 정체되거나 또는 매우 느리게 변화하여 왔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의한 보이지 않는 압력은 조계사의 분위기를 오랜기간 짓눌러 왔으며, 근래들어 조계사는 도시화의 미완적인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는 방식을 통해 주변의 도시화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변화해가는 조계사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전통이라는 탈을 쓰고 조계사 내부에 다시금 미완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려는 조계사의 맹목적 자기위안의 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행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도시적, 문화적, 사회적 요소를 거스르거나 변형시키지 않는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건축행위가 도출될수 있다.
현재 조계사로 대변되는 한국불교의 종교적인 권력은 조선시대까지는 유교적 전통에 의해,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는 기독교세의 확장에 의해 지금까지 독점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적 건축물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는 종로지역의 거대자본주의에 입각한 급격한 도시화, 근대화에 이은 디지탈기술에 의한 첨단문명의 발달과 그 대중화, 국가간의 새로운 경쟁전략으로 떠오른 관광산업에 의해 현대불교는 점진적으로 많은 학습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려 하는 광화문문화벨트와 역사탐방로 사업은 불교의 종교적 권력을 한단계 끌어올릴수 있는 호기임이 분명하다. 이는 경복궁-조계사-인사동-북촌-창경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문화 관광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으로, 도시내부의 한복판을 차지하여 지어진 후 70년간을 유지해왔던 조계사는 이제 자본의 논리에 의해 급격히 변해버린 조계사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려 한다. 조계사는 불교가 종교이기 이전에 한국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문화상품이라는 것을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불교의 신성성과 권력을 확보, 유지하고 더하여 발전시키기 위하여 어쩔수 없이 문화상품개발이라는 21세기 자본주의의 문화 대량생산을 통한 이윤추구 극대화의 전략과 타협한다.
자본주의의 특징인 이윤의 축적을 위한 끊임없는 생산의 논리가 현대도시에 가장 잘 나타난다. 노동자의 더욱 빠르고 체계화된 생산을 돕고 있는 자동차, 버스, 또는 지하철의 운송 시스템은 서로의 관계를 잘 알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좁은 대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고층빌딩은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지어지고 첨단화되어 가고 있다.
자본의 논리로 본다면, 도심 한복판에서 많은 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옛 절이라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대지이용이 아닐수가 없다. 그런데 도시인에게 이윤의 축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제공하려는 자본제일주의의 막강한 권력은 뻥 뚫린 조계사의 마당의 공간을 통해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단지 불교문화가 가지고 있는 건축과 마당의 전통적 배치라는 목적 이외에 조계사의 공간은 단지 그 거대한 비워짐으로서 강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옆동네의 인사동 길은 막다른 골목이 아닌 섭취하고 배설이 가능하도록, 입구와 출구가 마련되고 일방향으로 흐르며, attaching에 의한 적절한 파사드의 포장으로 도시인의 눈을 살짝 가리면서, 전통문화상품의 영원한 생산과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권력을 행사한다. 인사동 길 또는 거리라는 하나의 통로의 공간도 역시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언급하였듯이, 광화문 문화벨트 계획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사동의 방법을 거의 상당부분 차용할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으로서의 도시인은 보통인보다 더 일차적이고 소비적이며 감각적인 존재로, 하나의 문화지역과 또 하나의 문화지역을 연결시켜주는 적절한 건축적 요소에 의해, 즉 길이 통한다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계사는 인사동의 거리와 같이 한곳에서 들어와 한곳으로 빠져나가는, 또 눈가리고 아웅식의 파사드로 포장된 문화상품적 거리로 전락할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듯 조계사의 공간적 권력과 자본주의가 이루어놓은 길의 권력이 타협할때 실제로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조계사는 불교의 문화상품화를 통해 앞으로 더욱 종교적 권력을 쟁취할수도 있다. 또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자본은 넓은 대지를 건물의 신축으로 채움으로서 얻어지는 이윤보다 문화거리 조성에 의한 불교문화상품으로 얻어지는 이윤이 더 커져서 자본축적에 성공을 거둘수도 있다.
종로 도심공간의 권력관계를 해부하고 밝혀낼때, 진정 의미있는 건축행위가 이루어질수 있을 것이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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