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의 캐릭터는 현대 남성이 꿈꾸는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여성의 전형이다. 그녀는 출중한 미모, 직업여성으로서의 경력과 능력뿐만 아니라 주부로서의 생활력도 가지고 있다. 지극히 섹시하고 도발적이며 인생과 행복에 대한 욕심이 많아 안정적인 결혼과 불안하지만 짜릿한 사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이런 연희가 사랑하게 되는 준영의 캐릭터는 부드럽고 이지적이며 자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희를 비롯한 뭇 여성을 끌어당기는 성적매력의 화신같은 남자다.
연희와 준영이 갖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는 결혼관, 이성관, 연애관, 인생관 등의 여러가지 가치관들이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준영은 연희의 생각은 조금도 묻지 않고 처음부터 연희가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살 여자가 아니라고 단정지어 버리며 섹스대상으로서의 연희만을 사랑한다. 준영의 이러한 고정관념은 연희를 끝까지 결혼상대로 인식하지 않게 한다. 연희도 사랑이 없는, 조건에 의한 결혼생활에 괴로워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계획적인 결혼에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은 실제로 경험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결혼에 관한 고정되고 편협한 생각들이 너무 앞서나가 있고 그러한 가치관에 맞추어 행동하며, 결혼이든 연애든 계산에 의해 입맛에 맞게 누릴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도와 틀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거짓 부부행세까지 하면서 연애를 즐기는 둘의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결혼의 환상에 탐닉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환상적인 결혼이란 서로간의, 또는 둘과 사회간의 다툼과 고통이 존재하지 않으며 항상 둘만의 사랑과 섹스만이 누려지는 결혼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러한 결혼의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들은 건물옥상에 oneroom을 만들게 된다. 밀집된 주거군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옥상마당이 있는 준영의 연희의 옥탑방은 그 위치와 생경함으로 영화에서 지극히 현실도피적인 공간으로서 묘사된다. 섹스목적으로서의 침실공간과 아내가 남편을 위해 밥을 지어줄수 있는 부엌공간이 한 공간에 들어가 있는 oneroom만큼 부부생활을 잘 표현할수 있는 주거도 없을 것이다. 현실도피적인 이 주거공간에서 영원히 싸우지 않을 것만 같던 준영과 연희도 '언제까지?'라는 시간의 딜레마에 봉착하면서 결국 영화는 서로가 헤어지게 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두 남녀는 항상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서 오는 부부끼리의 사소한 경험과 다툼 그리고 그것들이 응축되어 끈끈해진 정이 쌓여가는 등의 진정한 부부생활이 현저히 부재한, 결혼이 갖고 있는 행복의 껍데기만을 살짝 베어낸듯한 허무하고 부자연스러운 행동만 반복하고 말았다. 서로 삶의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려는 사랑은 결코 진정한 사랑일수 없을 것이다. 주어진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을때 이들은 그것을 직시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편협한 미래관으로 적당히 사회와 타협하고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을 적절히 피해가면서 물질적, 정신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모습이 바로 현대를 사는 당신의 모습이지 않는가 하면서 되묻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현대의 결혼문화, 연애문화를 두 남녀의 일탈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관찰하고자 했으며 영화 전체에서 불륜의 미화보다는 인물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견지함으로서 기존의 상투적인 멜로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노출신과 섹스신은 이 영화를 대중과 영합한 상업영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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