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틀로얄'은 일본이 그동안 축적해온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영혼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가치관에서만 나올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살인행위가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곳곳에 인물간의 사랑과 우정, 죽음이전의 고백, 그리고 과거의 회상, 꿈과 같은 감상적인 장치를 계속하여 제공하고 있으나 그런 감정과 정보의 제공이 너무 평면적이고 짧게 다루어져 있어 인물들은 만화와 같은 단순한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내용 자체가 인간의 영적인 면을 우위에 두고 다루어지지 않아 인물과 관객과의 감정이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건조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인물을 그다지 설명하지 않고 중반으로 빠르게 전개되어 버린 도입부가 관객의 지루함은 없앨수 있었으나 너무 호흡이 빨랐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의 폐쇄된 교실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서로를 죽여야만 살아남을수 있는 학생 개개인의 운명을 학습하는 단계에서의 대중의 공포를 훌륭하게 연출하고 있으나, 일단 학생들이 교실밖을 빠져나온 뒤부터는 압축되어져 있던 공포는 한없이 느슨해진다. 아쉽게도, 이 게임에서 누가 어떻게 죽고 살아남을것인가 하는 문제는 할리우드 영화의 패턴을 보듯이 너무 뻔해 보인다. 그리고 제시되는 정보가 빈약하기에 영화가 자주 강조하려는 사제간의 갈등구조나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을 이 영화에서 심도있게 논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감독은 섬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이나 금지구역을 설정함으로서 조금씩 좁아지는 활동공간의 문제 같은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또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무인도에나 있음직한 폐가와 창고건물들은 인물의 은신처 또는 액션신을 받쳐주는 세트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래도 비록 죽음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파도가 치는 절벽과 바위주변의 음습하고 어두운 공간과 배경은 매우 쓸쓸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또 죽음의 게임을 소개하는 비디오속 VJ의 발랄한 언행은 신선하면서도 매우 일본적인 정서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영화가 보여주는 살인행위, 동료를 죽여야만 하고 오직 혼자만이 살아남을수 있다는 게임의 설정등은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학교교육의 실상을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극단적인 폭력의 방식으로 치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에서 다케시 선생이 스스럼없이 말하듯이 인생은 게임이며, 현대인은 모두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실제 사회에서는-회상신에서 잠간씩 등장하듯이-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정신적인 폭력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속에서 한번쯤은 상상해 봄직한 황당하고 엽기적인 생각들을 그대로 숨김없이 시각화하였고,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 권위와 인간성의 붕괴가 가져올 미래사회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살인이라는 가장 극단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영화 \'배틀로얄\'은 이 영화의 내용 즉 시나리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질보다는 선생과 제자를 가상의 살인자로 만드는 어떻게 보면 환상과 같고 또 매우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짓을 감행하고 표현했다는, 영화화라는 사실 그 자체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
대부분의 관객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물론 살인게임의 재미와 영화 소재의 금기를 깨뜨리는 데서 오는 말초적 쾌감에 지나지 않는다.
항상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것을 영상화하여야 하는가, 또 왜 꼭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작금의 사회현상을 설명하여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소개가 늦은감이 없지 않으나 한국 개봉시기에 맞추어 소개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곧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인 japanination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ghost in the shell)를 아직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꼭 극장에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animation에 관한 분석과 평은 이미 그동안 건축적으로도 상당히 많이 다루어져 왔습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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