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라는 매우 관습적이고 틀에 박힌, 정형화 되어있는 블록버스터영화 이후의 후속작으로서 이 영화는 감독의 상상에 의한 색다르고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어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앞으로 더 영화활동을 자유스럽게 하고자 하는 전향적 포석으로 보인다.
사실 노동과 휴식이 반복되는 공장 내부,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집과 그 내부의 모던한 인테리어, 달동네의 불량주거, 싸늘한 공사건물 내부, 낙후된 불량아파트 거실에서 벽과 벽을 사이에 두고 엿듣는 장면과 같은 영화속 건축의 등장은 의외로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이 흩뿌려져 있고 감각적으로 쓰였을 뿐이다. 단지 공사장에 계단을 통해 걸어올라가는 장면을 입면으로 처리하고 프레임과 계단을 어둡게 처리하여 건축 요소를 부각시켜 찍은 부분은 공간적으로 또한 건축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장면으로 비교적 건축 언어를 잘 조합해내었다.
신하균은 영화에서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연기하는데 이렇듯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일어나게 되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로, 작위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지체장애인의 연기는 영화 전반에 일탈되고 특이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프레임은 묘하게 흔들리고 인물은 무표정한채로 정지한듯이 오랜 시간 화면에 비친다. 등장인물 뿐만아니라 인물을 담고 있는 공간까지도 심리적 공황 상태에 자주 노출된다. 감독은 현대사회 또는 도시사회가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둘씩 해체하고 그것을 다시 영화의 필름안에 불규칙적으로 배열하면서 감정을 걸러낸채-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듯이-벌거벗은 나체의 형상으로 만들어 놓는다. 영화속 일탈된 분위기와 인물의 행동은 현대 도시사회에 팽배한 분위기가 이미 옳고 그름의 판단이 모호해지고 물화되는 인간을 제조해내고 있는, 어떤 하나의 정신적 착란 상태와 가치체계의 혼란이 심화되어 굳어져 있는 병든 사회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안에서 주류밖으로 밀려난 두 남녀의 일탈은 필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게 되며 그 피해자는 판단력과 도덕성을 상실한채 다시 가해자가 되는 모순적인 순환을 반복한다. 물고 물리면서 전개되는 연속살인의 결말이 무엇인가를 관객은 마지막까지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게 된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속성에 맞게 싸늘함과 비정함, 그리고 허무의 색채를 띄고 있는 이 영화의 또하나의 미덕이라 할수 있는 부분은 피와 물의 적절한 혼합과 그 핏빛과 물빛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칼이라는 날카로운 오브제에 대한 집착이다. 칼이라는 물체는 손을 베여 상처를 입힐수도 있으며 신체를 해부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 곳곳에 보여지는 금을 그어 생기는 핏선, 피를 동반하는 상처의 날서리고 생생한, 꾸밈없는 촬영은 관객에게 색다르고 짜릿한 자극을 제공하고 관객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한단계 발전된 연출의도이다. 영화 '텔미썸팅' 의 시체 해부장면은 엽기 자체 이외의 아무런 의미도 던져주지 못하는 반면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영화 전체의 감정선과 맞물리면서 관객의 무의식에 강한 흡인력을 가진 상처를 남기려는 고도의 심리적인 플롯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살인동기와 같은 부분에서 개연성이 떨어지고 많은 플롯이 흩뿌려지면서 별 의미를 갖지 못한채 소홀히 다루어지는데 감독은 석연치 않은 내러티브의 전개를 씬의 생략을 통해 오히려 부각시키고 감각에 의존하는 영화보기를 관객에게 종용한다.
등장인물들은 감독이 창출해낸 비정한 사회의 세계에서 움직이고 살인행위를 통해 극단적인 자기감정을 표출한다. 이러한 영화의 구조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오직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와 같은 훌륭한 배우들의 호연에 있다고 하겠다.
영화가 보여주는 핏빛 폭력의 공간은 기존의 주류관객층과는 호흡을 잘 하지 않고 있으나 장르적 속성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감독 나름대로의 폭력에 대한 해석과 고유의 색깔을 읽을수 있는, 완성도 있는 B급 상업영화로서 그다지 손색이 없다.
"제 글을 열람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아프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러분의 마음과 무의식 깊은 곳에서의 조그만 관심이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영화는 더이상 잔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공할 폭력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여성분들은 보시기전에 각오를 단단히 하시기를 권합니다.
아무리 배우 신하균이 좋아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될것 같군요...
좋은 영화 많이 관람하시기를 바랍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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