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신작 '피도눈물도없이' 를 가볍게 즐길수 있는 액션오락영화로 보는 데는 문제가 없을것이다.
느와르 장르의 속성에 걸맞게 어둡고 음울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많은 액션신들은 매우 다양하고 개성있게 연출되고 있는데 자동차추적신이나 격투신 모두 놀랍게도 군더더기 하나없이 깔끔하게 처리되어 젊은 감독의 높은 연출역량을 확인할수 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영화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개성의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주인공의 성격을 강하게 부각시키려는 과도한 설정이 영화전체의 리얼리티에 결정적인 마이너스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점에서 영화는 전도연과 이혜영이라는 두 여성의 강렬한 캐릭터를 작품 전체에 잘 녹여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대부분이 기존의 영화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인 것도 여성 캐릭터를 부각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이 영화를 기획한 강우석감독 만큼의 치밀한 관객의 '감정선 붙잡기'를 이루어내지는 못하는 듯 보이지만 특별히 영화전체의 톤을 거스를만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이 영화의 좋은 품질을 말해준다.
홍콩의 오우삼이 그러하듯이 류승완의 폭력미학은 신선함과 동시에 비장하다. 그 신선함은 아마도 사각의 화면을 그대로 머무르게 하지않는, 신비로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얻어진 특유의 이미지나 환상 같은 것일 것이다. 물에서 갓 꺼낸 생선이 도마에서 요동치듯 류승완의 화면은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인다. 폭력영화이면서도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한 차원 높은 미적 단계로 접근하려는 시도에 있어 이 영화의 의미를 머릿속에 새겨넣을수 있겠다.
그러나 역시 인물간의 관계의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고, 석연치않은 살인동기나 우연한 만남과 같은 작위적인 설정을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서 드라마적인 영화보다는 역시 스타일 강한 캐릭터영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수 있다.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전작에서 볼수있던 투박하고 거친 액션은 상업성에 맞게 적절하고 깨끗이 포장되어 관객의 입맛에 맞추고 있으며 사회성이나 휴머니즘 등의 주제의식도 전작보다 현저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감독의 스타일과 표현기법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기존의 상업영화에서 익히 볼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한다면 안타깝게도 우리는 또 한명의 훌륭한 상업영화감독을 발견했다는 것에 만족해야할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나아질수 있는가 없는가는 물론 전적으로 젊은 감독의 몫에 달려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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