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적이고 미래적인 포스터에 속아서는 안된다. 이 영화는 결코 SF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토탈리콜', '터미네이터' 등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할리우드적 소재의 도입, 한국영화 쉬리에서 볼수 있었던 여러가지 유리한 장점들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흥행영화라고 말할수 있다. 영화 쉬리는 유사 할리우드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둔 영화였는데 그 흥행의 요소에는 특수한 복장의 SWAT팀의 조직적인 액션시퀀스, 할리우드액션영화보다 더 거칠고 덜 깨끗해 보이는 총격액션신,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스타일리쉬한 슬로우모션기법 등을 들수 있다. 감독은 쉬리가 이루어놓은 이러한 요소들을 정확하게 리바이벌하고 있는데 그 수준은 한 시대를 휩쓸었던 한국액션블록버스터에 대한 존경과 숭배의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쉬리보다 더욱 정교하고 과격한 액션을 보여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쉬리의 속편, 쉬리의 한일전과 같은 평가를 얻을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모습을 보이며 홍콩액션영화나 할리우드액션영화가 그렇듯이 이제부터 한국에서도 정형화된 공식에 의한 액션장르영화가 나올수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모노톤,블루톤,듀오톤을 넘나들면서 감각적인 영상에 많이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민족주의적인 감정짜내기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태극기 오브제를 영화전면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일본인에 대한 입장을 배려한다. 그리하여 영화의 주제는 한일간의 단순한 대결이 아닌 역사의 비밀과 운명에 고뇌하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이 영화에서도 쉬리의 김윤진에 버금가는 히로인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은 한국적이기보다는 매우 동남아시아적이다. 서구인들이 볼때 비슷해 보인다는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대비를 강하게 주려는 캐스팅으로 보인다.
2009년이라는 시간대는 현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먼 미래도 아닌, 상식적으로 상상할수 있는 근미래를 의미하고 있다. 일본의 속국이 된 2009년의 서울의 도시는 조금 더 현란한 전광판과 네온사인, 도배된 일본어간판의 골목길로 묘사되고 있으며 사카모토의 아파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일본적인 인테리어를 볼수 있기도 하다.
일본수사기관내부의 이동통로는 요철이 있는 흡사 공사장 철판을 깔아놓은듯한 벽면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현대적이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할리우드SF영화에서 자주보듯이, 매우 첨단적이고 미래적이지도 않은 느낌을 주려는 노력을 볼수 있어 재미있다.
사카모토와 사이고가 일본의 전통건축의 문간에서 조경된 정원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나온다. 자연물을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한국적인 조경과는 다른 점을 발견할수 있는데 인물과 조경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문간의 인물과 조경과의 거리감을 촬영하여 일본적인 공간감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다.
초반부 전시관홀의 전투신도 시선의 중심과 초점을 이루는 내부공간에서의 액션장면을 보여준다. 공간 중앙은 상하층이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조망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가장 노출이 심한 공간인 것이다.
영화의 라스트신은 서로 아시아의 동반자이면서도 손을 잡기엔 아직도 먼 나라인 일본과 한국의 미묘한 과거,현재의 관계가 하나로 압축되어 표현되어 있는 한국영화의 또하나의 명장면중 하나가 될것이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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