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예술의 목적은 대부분 통상적으로 공공장소라는 배경안에서의 인물의 행동을 보여주려는데 있다고 할수있다.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여 영화를 보면서 잘 인식하지 못하는 그러한 사실을 '공공의 적'이란 막연한 제목에서부터 음미하게는 해주고 있다.
기존의 한국영화가 항상 아쉬움을 주는 것은 인물에 대한 드라마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 인물을 담는 배경이나 장소에 대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관객에게 재미있는 영화만을 만들겠다는 강우석의 생각에는 아직도 인물이나 사회현상을 담고있는 배경과 공간의 중요성이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는듯 하다. 강우석의 영화에서 공공장소는 파괴나 액션신에서의 스쳐지나감 등의, 인물의 액션으로 인하여 소모되는 소품들 이상으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도 강우석의 영화는 90년대 초반의 한국영화보다는 낫다.
적어도 강우석은 그런 재미없었던 한국영화의 토양에서 자라오다, 이제는 한국적 공공장소를 영화의 소품으로 백분 활용하는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강우석의 영화는 90년대 한국영화의 틀안에서 한두단계 진보된 품질을 선사하는 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공공의 적'은 전형적이고 개성강한 강우석표 영화로서, 쉬리, JSA 등의 영화가 보여주었던 깔끔하고 정교한 편집과 촬영의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사뭇 그 냄새부터가 다르다.
강우석의 영화에는 어딘지 모르게 영화속의 설경구와 같이 투박한 한국의 된장국을 대하는 듯하다.
할리우드적인 영화방식을 닮아가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신진한국감독들의 시대적 조류속에서도 강우석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무언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성재의 비인간적이고 냉철한 캐릭터와 어울리는 펀드회사의 백색벽면과 깨끗한 실내디자인과 대비되어, 설경구의 거칠고 투박한 캐릭터와 경찰서 공간도 어느정도는 어울려져야 했다. 다소 깔끔하게 단장되어 보이는 경찰서가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는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배경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의 현저한 부족이 있지만 한국적인 캐릭터, 한국적인 사회현상에 대한 풍자, 한국적인 유머감각이 살아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한국적인 영화라고 말할수 있겠다.
관객의 감정선을 두시간동안 끝까지 붙잡고 있는 강우석의 머리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또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설경구의 진한 한국적 카리스마였다. 파이란의 최민식을 다시보는 듯한 설경구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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