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fantasy movie가 관객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소수의 매니아층의 지지만을 받아왔다면 '해리포터'는 관객과의 그 취향의 장벽을 허무는 최초의 영화로 자리매김될듯 합니다.
fantasy movie의 성패는 그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시각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는데 '해리포터'는 절제된 CG의 사용으로 관객에게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환상을 표현해내고 있으며, 장소성과 시간성의 문제에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적절한 구성을 통해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fantasy의 세계에 동참할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현재, 또는 미래 어느 때에도 얽매이지 않는 애매한 시간적 배경, 중세시대의 건축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지극히 현대적인 인물의 성격과 행동, 그 어느 부분도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리포터'가 보여주는 환상은 기존의 할리우드CG가 보여주는 환상보다는 한 차원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인데 관객을 우롱하는듯한 과도한 CG의 버무림으로 모든것을 보여줄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미이라2]와 비교할 때 그 차이를 확연히 알수 있습니다.
'해리포터'가 가지고 있는 가장 뛰어난 미덕은 할리우드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극히 현대적인 '캠퍼스모험영화' 의 요소에 대한 적절한 패러디적 치환을 이루어내어 새로운 리바이벌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캠퍼스의 장소는 마법학교로, 고등학생은 12살의 어린아이로 각각 치환되면서도 그 마법학교 자체의 현대적인 교육환경과 인물의 언행등이 지극히 현실적으로-환상적이 아닌- 묘사되어 있어 관객들이 거부감없이 fantasy에 동화되어, 환상적인 장면을 바라보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극단적 fantasy보다도 어린이의 정서에 더 잘 스며들수 있는 강한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눈을 어지럽히고 정신차리지 못하게 하는 신기한 장면보다 물체의 공중부양과 같은 기본적인 마법을 차분히 보여주는 장면은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강한 설득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공간은 어두우나 그것을 통해 실제 내용이 어둡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공간의 어두움으로도 지배할수 없는 주인공의 밝은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주인공의 확고한 캐릭터를 확립하는 것은 영화의 공간을 확립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도 뚜렷한 의미를 던져주는 공간,또는 장소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에서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몇몇 장면에서 장소의 급격한 변화를 통한 감정의 숨고르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 합니다.
'해리포터'가 보여주고 있는 어두운 공간에서는 항상 기둥사이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는데 반해, 밝은 공간에서는 해가 등장하지 않는 파란 하늘의 균질한 밝은 공간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무의식이 바라는 가장 깨끗한 공간을 시각화함으로서, 장소적 신비성과 환상성을 획득하려는 건축적 의도이며, 그러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미식축구를 연상시키는 퀴디치경기는 영화전체에서 가장 짜릿한 롤러코스터식의 스펙타클을 선사해줍니다.
그와 더하여 집회와 식사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휴먼스케일을 무너뜨리는 학교내부의 대규모 거대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간감적 스펙타클은 기존의 영화에서도 흔히 볼수 없는 신선한 장면입니다.
또 해리포터가 마법학교로 가기전에 보게되는 좁은 거리의 골목은 흡사 한국의 인사동 거리를 보는 듯한데, 좁은 도로의 폭과 기괴하고 이국적인 간판들이 신비롭고, 무언가 다른 세계를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무의식을 지배하는 부엉이' 오브제의 사용으로 신비감을 배가시켰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거대수직공간에서 자유로이 이동하는 계단의 10초간의 짜릿함, 초반부에 등장하는, 계단밑의 벽장을 해리포터의 침실공간으로 이용하는 인테리어센스(?)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그 명성만큼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전혀 무리없는 한편의 뛰어난 할리우드 동화입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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